본문 바로가기
장르만 리뷰[방구석 추천]/Books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2021.03, 최인철 저)

by 용가리 통뼈 80 2023. 5. 25.

P. 11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내린 지혜에 대한 정의다. 심리학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이런 허점들이 프레임이라고 하는 마음의 창에 의해서 생겨남을 증명하고 있다. 프레임으로 인한 이러한 마음의 한계에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 겸손, 나는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P. 27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국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P.29 ‘두 차 사이’라는 맥락이 있었을 때는 ‘기발한 주차’였던 것이, ‘두 차 사이’라는 맥락이 사라지자 ‘개념없는 주차’가 된 셈이다. 

P. 32 우리는 다수를 위해서는 소수가 희생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어떤 경우에라도 다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소수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중적인 존재다. 

P. 33 왜 한 사람은 그들의 관계를 친구 사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맥락 때문이다. 

P. 37 노인의 행복도가 젊은이와 비교해서 결코 낮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들이 지니고 있는 시간에 대한 프레임이 그들의 행복을 극대화시켜주기 때문이다. 

P. 39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를 쓰면 국경을 몰래 넘거나 배 밑에 숨어서 플로리다 해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고, 국경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것이 런츠의 주장인데, 꽤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프레임 싸움은 ‘단어 싸움’이다. 단어가 곧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P. 43 프레임은 질문이다. 여론조사 질문의 내용뿐 아니라 질문의 순서도 중요함을 보여준다. 질문의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앞의 질문이 뒤에 나오는 질문을 해석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자신이 자주 던지는 질문을 점검해야 한다. 

P. 46 사소해 보이는 질문의 차이가 프레임을 바꾸고 그 결과가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를 두고 문재인 후보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안철수 후보는 “누가 경쟁력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얼핏보면 그 말이 그말 같지만 이 두 질문은 두 후보는 평가하는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이를 잘 아는 두 후보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프레임 전쟁이었다. 

P. 48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어떤 이슈이든 ‘전면적’이라는 말보다는 ‘단계적’이라는 말에 안심한다. 급격한 변화에 대해 본능적으로 불안과 불확실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P. 56 인생에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우리의 하루를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다면 경험의 순서를 현명하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안 좋은 일과 좋은 일을 하나씩 경험할 수 있다면, 무엇을 먼저 경험하겠는가? 대체로 안 좋은 일을 먼저 경험하는 것이 낫다. 안 좋은 일 다음에 경험하는 좋은 일은 더 달콤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뒤에 경험한 좋은 일이 앞에서 경험한 안 좋은 일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게 해주기 때문이다(물론 드물게는 좋은 일을 먼저 경험하고 그 즐거움을 이용해 이후에 발생하는 고통을 이겨내려는 노력도 효과가 있다) 

P. 64 프레임 개선 작업은 나의 언어와 은유, 가정과 전제, 단어와 질문, 경험과 맥락 등을 점검한 후에 더 나은 것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작업을 요한다. 

P. 72 그렇다면 상위 수준과 하위 수준 프레임을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상위 프레임에는 ‘Why(왜)’ 를 묻지만 하위 프레임에서는 ‘How(어떻게)’를 묻는다는 점이다. 상위 수준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No보다는 Yes라는 대답을 자주 하고, 하위 수준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은 Yes 보다는 No 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상위 수준의 프레임이야말로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이며, 자손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자녀들이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도록 한다면, 거액의 재산을 남겨주지 않아도 험한 세상을 거뜬히 이기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다름없다. 

P. 73 “지혜의 핵심은 올바른 질문을 할 줄 아는 것이다”(존 사이먼) 

P. 74 장기기증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정책적으로 모든 국민이 자동적으로 장기기증자가 된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장기기증을 원치 않는다는 절차를 밟으면 기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기증 비율이 낮은 나라에서는 본인이 원할 때만 절차를 거쳐 장기기증자가 된다. 즉, 기증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장기기증자가 되지만, 기증 비율이 낮은 나라에서는 특별한 행동을 취해야만 장기기증자가 된다. 똑같은 선택을 놓고 프레임만 바꾼 것이다. 

P. 90 소유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은 단순히 ‘가구를 장만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 가구를 소유하려 한다. 그러나 경험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책상과 의자를 통해 경험하게 될 지적인 세계를 기대한다. 그곳에 앉아서 읽을 책과 써 내려갈 일기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는 어떤 물건의 구매 행위를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것이 소유 자체를 위해 구매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행복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자는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에리히 프롬의 충고처럼 소유의 프레임보다 경험의 프레임이 삶의 질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P. 95 지혜가 이처럼 기다림의 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훈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지혜의 본질이 우리 마음의 한계를 지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P. 98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프레임이다. 한마디로 프레임은 우리에게 ‘애매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P. 100 버클리 대학교의 조지 라코프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 진영은 이라크 침공을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명명하고, 진보 진영은 ‘점련’이라고 해석하였다. 이라크 사태의 본질이 ‘전쟁’으로 명명되면 그 해결책 또한 분명해진다. 전쟁이라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프레임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프레임으로 볼 때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것은 곧 ‘패배’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이라크 사태를 점령으로 프레임하면 이라크에서의 철수는 당연한 것이 되고, 다만 언제 철수할지 그 시기만 문제가 될 뿐이다. 

 P. 104 어떤 사람에 대한 인상 역시 아주 애매한 부분이어서 사용하는 프레임에 따라 동일한 사람을 놓고 천재성을 갖춘 사람으로 볼 수 있고, 옹졸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P. 109 왜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만족하기 못할까? 선수들이 자신이 거둔 객관적인 성취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함으로써 객관적인 성취를 주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들에게 그 가상의 성취는 당연히 금메달이었다. “2세트에 서브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텐데.” 최고 도달점은 금메달과 비교한 은메달의 주관적 크기는 선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반면 동메달리스트들이 비교한 가상의 성취는 ‘노(no) 메달’이었다. 까딱 잘못했으면 4위에 그칠 뻔했기 때문에 동메달의 주관적 가치는 은메달의 행복 점수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P. 113 ‘자기 개념’도 단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프레임에 따라서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리고 그 프레임은 질문의 방향과 같은 아주 사소한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한다. 애매함은 삶의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라. 우리의 감각적 경험과 개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판단들도 프레임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한마디로 프레임은 우리에게 ‘애매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P. 119 어리석음의 첫 번째 조건으로 ‘자기중심성’을 꼽는다. 

P. 124 심리학자 레비츠키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능력 차원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도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정의할 때 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도 동일한 차원에서 평가하게 된다. 반면에 자신을 정의하는 데 있어 ‘따뜻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타인을 평가할 때도 동일한 차원에서 본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평가나 내용을 보면,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보다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많이 드러낸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옛말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셈이다. 

P. 133 나는 한눈에 척 보면 너를 알지만, 너는 척 봐서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이 깊게 깔려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단 5분만에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한다면 무척 화가 날 것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5분이면 충분히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은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낸 착각이고 미신일 뿐이다. 정답은 ‘나도 너를 모르고 너도 나를 모른다’거나 ‘나는 네가 나를 아는 정도만 너를 안다’이다. 

P. 135 진정한 지혜는 내가 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마음의 습관에서 나온다. 

P. 145 지구가 둥글다고 하지만, 실상 지구 표면을 보면 산도 있고 계곡도 있기 때문에 매끈한 형태의 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구’라고 부르는 이뉴는 평균 때문이다. 여기저기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더라도 평균적으로 보면 지구는 둥글다. 사람을 보는 우리의 눈도 그래야 한다. 

P. 150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위험 인식이 줄어든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안전행동을 의도적으로 더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상황 프레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P. 158 우리가 소신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천성적으로겁쟁이거나 소심해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그 ‘한 사람’이 없기 때문임을 보여준다. 

P. 159 시몬손이 일본 사회의 지적, 예술적 성취를 세대별로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많았던 세대를 거치고 나면 일본 사회의 창의적 성취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인 고유의 내재적 창의성만이 아니라, 외부 세계의 사상들, 외부 세계로의 여행, 외부로부터의 이주민들이 불러온 사회 전반의 개방성이 일본 사회의 창의성을 높여준 것이다. 이렇듯 상황의 힘은 개인의 힘보다 클 수 있다. 

P. 164 그들의 처했던 상황과 그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프레임하고 있었는지를 이해해야만 그 행동의 본질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캠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악마라고 규정하는 식의 사람 프레임만으로는 이런 종류의 불행이 역사에서 반복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쉽고 익숙한 ‘사람 프레임’에서 불편하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P. 169 인간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을 균형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P. 172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너의 한마디”라는 말은 있어도, “너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나의 한마디”는 없다. 우리가 겸손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영향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철저하게 자신의 영향력에는 눈을 감고 있다. 

P. 179 탁월한 사람들 옆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탁월해질 가능성이 높다. 안주하는 사람들 옆에서 시간을 보내면 안주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중 누군가는 탁월함 유발자이고, 누군가는 안주함 유발자인 셈이다. 

P. 183 행복이 개인적 선택인 동시에 사회적 책임 행위라고 인식을 확장하게 되면, 행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내가 상황이다’라는 프레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P. 194 우리는 과거가 아직 과거이기 전에는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는 현재의 눈으로 볼 때만 질서 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것이다. 도대체 사후에는 설명하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내가 진짜 알았을까?’라고 솔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어?’라고 아랫사람을 문책하기 전에 ‘정말 나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라고 다시 자문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P. 201 자녀에게, 젊은 학생들에게, 아랫사람에게 ‘우리 땐 안 그랬는데’’저 나이 때 난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정말 그랬을까?’하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P. 213 미래에 무엇을 할지 선택해야 할 때는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편이 좋다. 그 편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섞어놓은 종합선물세트를 골랐을 때보다 실제 만족도가 더 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P. 261 어떤 대안이든지 그것이 ‘현재 상태’로 주어져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바꾸기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것이 처음 접하는 대안으로 제시될 경우에는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언가를 계속 유지하려 할 때 그 결정은 객관적으로 최선의 것이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현재 상태’였기 때문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P. 297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을 때 경험하는 절대 겸손, 자기중심적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용기, 과거에 대한 오해와 미래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지혜, 그리고 돈에 대한 잘못된 심리로부터의 기분 좋은 해방,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의 마음속에 꼭꼭 채워주고 싶었던 지혜의 요소들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들 개개인의 마음의 창을 점검하고 새로운 창을 갖추는 것은 삶이 우리에게 허용한 가장 큰 축복이자 의무다. 이 책에서 소개한 내용들이 독자들의 프레임을 리프레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영국의 극작가 톰 스토파드의 말로 마무리하려 한다.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다” 

(Every exit is an entry some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