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7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 중략 -그 결과 우리는 개소리란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토록 개소리가 많은지, 또는 개소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p. 8 개소리의 개념 구조를 개략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p. 12 협잡은 의도적인 부정확한 진술이다. -중략- 협잡이 되기 위한 속성은 거짓말이 되기 위한 속성과 비슷하다. 거짓말은 오류와 다르며, 거짓말쟁이가 하는 진술의 다른 어떤 속성과도 같지 않다. 거짓말이 되려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특정한 심리 상태, 즉 기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진술해야 한다.
p. 15 거짓말과 협잡은 모두 부정확한 유형의 진술들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 부정확한 진술의 변종들 사이의 차이가 정도의 차이로 해석될 수 있는지는 언뜻 보기에는 분명하지 않다.
p. 16 협잡은 대개 허세를 부린다. 개소리에 관해서는, 더욱이 '허세 부리는 개소리'는 판에 박은 문구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개소리가 허세를 부릴 때는, 허세 부리기가 개소리의 본질을 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소리의 동기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보고 싶다. 어떤 사람이 허세 부리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은 그의 발언을 개소리의 사례로 만다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사실은 분명히, 종종 그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개소리의 동기가 항상, 그리고 반드시 허세 부리기라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p. 18 거짓말이 성공하면,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거짓말한 사람의 주머니에 있는 것에 대해서 속고, 거짓말한 사람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됨으로써 이중으로 속게 된다.
p. 37 개소리는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p. 56 개소리는 꼭 허위일 필요가 없으므로, 그것은 부정확하게 진술하는 내용에 있어 거짓말과 다르다. 개소리쟁이는 사실 또는 그가 사실이라고 간주하는 것에 대해 우리를 기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심지어 기만할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 그가 반드시 우리를 기만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그의 기획의도이다.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개소리쟁이와 거짓말쟁이 사이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p. 58 누군가 자신이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소리를 지어내는 데는 그러한 신념이 필요 없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진리에 대해 반응한다. 그리고 그는 그만큼 진리를 존중하는 셈이다. 정직한 사람이 말할 때, 그는 오직 자신이 참이라고 믿는 바를 말한다. 거짓말쟁이는 이에 상응하게 자신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여기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p. 66 오늘날 개소리의 확산은 또한 다양한 형태의 회의주의 속에 보다 깊은 원천을 두고 있다. 회의주의는 우리가 객관적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 어떤 신뢰할만한 방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한다. 따라서 그것은 사태의 진상이 어떠한지를 인식할 가능성을 부인한다.
p. 68 우리 자신에 대한 사실들은 특별히 단단한 것도, 회의주의적 해체에 저항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본성은 사실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없다. 다른 사물들에 비해 악명 높을 정도로 덜 안정적이고 덜 본래적이다. 그리고 사실이 이런 한,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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