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9 저는 로마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이 '절충'과 '조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p. 10 19세기 독일의 로마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로마법의 정신'에서 "로마는 첫째 무력으로, 둘째 그리스도교로, 셋째 법으로 세 번 지배했다" 고 썼습니다. 로마제국은 패망한 이후에도 로마법은 살아남아 인류의 문명사와 법률에 장구한 영향력을 끼친 것은, 그 안에 인간의 본질과 인간 사회의 명암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p. 39 로마에서는 재판관이 개인적으로 판결을 조작하거나, 여성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을 한다는 것은 차마 반성을 촉구하거나 죄의 경중을 따지기도 힘든 극악무도한 범죄로 치부했습니다. 고대 로마 사회에서도 용인하지 않았던 일이 21세기의 대한민국 땅에서, 그것도 특권층들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은 너무 참담하지요. - 중략 - 특권을 가진 이들일수록 더욱 엄중하게 다스렸지요, 대한민국의 법은 과연 이들을 어떻게 다스릴지 우리 모두가 똑바로 응시해야하겠습니다.
p. 57 결국 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우리가 그나마의 자유를 찾을 길은 사회의 일원으로 묶여 있다 할지라도 지위와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뿐이 아닐는지요. 나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인일까요? 자유인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내 이웃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있을까요? 그런데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나조차도 어느 순간 그 누군가에게는 '갑'으로 존재하지나 않았을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p. 77 로마에서 법률은 우선 당사자들기리 의견 차이를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면서 최소한의 체계로 제정되었습니다. 필연적으로 노예와 가족, 그리고 친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팔아서 갚을 자산이 전혀 없거나 적은 사람보다는 더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고요.
p. 78 로마인들은 '신의'를 목숨처럼 중시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돈을 빌렸다가 떼먹는 것은 그 신의를 바닥에 내던진 행위로 보았습니다. 로마인들은 신의를 잃는 것은 인간성을 잃는 것이라 믿었고, 따라서 사회에서 공존할 이유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로마인들은 때로 이렇게 무모할만큼 무서운 원칙론자들이었지만, 어쩌면 그들의 그 무모하고도 냉엄한 원칙이 세계사에 유례없는 대제국을 지탱한 하나의 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 86 장구한 역사 속에서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끊임없이 타인과 구별짓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고 특권을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시대를 불문하고 이어져왔다는 점이겠지요. - 중략 - 모두가 그 욕망과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서로 같은 조건을 갖고자 투쟁해왔고, 그 결과로 지금의 법이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명시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p. 105 파울루스의 법문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여성이 쉽게 무고당하지 않도록, 그들에게 방어가 필요할 때 도우러 가야 한다." 로마시대는 분명 여성에게 엄혹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여성이 그 어떤 경우에도 손쉽게 무고당하지 않도록, 그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도우러 나서야 한다는 법문은 우리를 다시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로마의 법률 격언 가운데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익을 위해 여성을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손해를 겪지 않고 그들의 물건을 사기로 빼앗기지 않도록 돌본다"
p. 109 저는 아내가 없습니다. 당신에겐 누나나 여동생은 없어도 아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오 ㅏ당신, 우리 모두에겐 어머니가 있습니다. 세상에 그 누구도 어머니 없이 이 세상에 올 수는 없습니다. 모든 여성이 어머니가 되진 않지만,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여성입니다.
p. 131 로마법에서는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이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엄밀히 말하자면 이혼을 배우자에게 반드시 알릴 필요조차 없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그래서 로마 곳곳에는 자신이 이혼당했는지조차 모르는 남편들도 많았다고 해요. 로마사회에서 이혼과 재혼은 아주 흔한 일이었으며, 거의 모든 가정에 부모가 다른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p. 147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이 예나 지금이나 한 치의 오차없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p. 182 낳아도, 낳지 않아도 여성들은 산통을 겪습니다. 여성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약자라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도 약자입니다. 우리는 짐승이 아닌 인간이기에, 그들 모두를 위한 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p. 201 오늘날 우리가 로마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단지 현재 법의 원천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로마법을 통해 인간을 둘렀나 바뀌지 않는 환경과 존재의 태도를 돌아보고, 법을 통해 역사를 인식하고자 함이지요.
p. 205 사랑하면서 사는 일이 힘들다면 미워하며 사는 일은 쉬울까요?
p. 221 법의 관점에서 볼 때 로마의 형법은 참으로 불평등한 법입니다. 그런데 과연 신분상의 불평등 원칙에 기초하여 차별한 사회와, 명목상 평등 원칙에 기초를 두고도 차별하는 사회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낫다거나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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